맥 못추는 제트기류..올여름도 '펄펄' 끓겠네

July 7, 2017

더 뜨거워지는 한반도 왜?

 

"내 더위 사라." 예부터 정월대보름이 되면 한 해의 더위를 팔며 건강을 기원했다. '동국세시기'에 따르면 더위를 파는 사람은 그해 여름에 더위를 먹지 않는다고 한다. 이른 아침 만난 친구들에게 "내 더위 사라"를 먼저 외치며 안녕을 기원했다.

 

하지만 상황이 달라졌다. 함부로 더위를 사고팔았다간 큰일 날지 모른다. 지구는 점점 뜨거워지고, 한반도의 여름 역시 과거와 달리 더욱 뜨거워지고 있다. 5월부터 시작된 무더위, 올해 여름 한반도는 안녕할까. 지난해 지구는 역사상 가장 뜨거운 한 해를 보냈다.

 

1880년 지구 관측을 시작한 이래 3년 연속 기록 경신이다. 한반도의 여름도 마찬가지다. 2000년대 들어서면서 지구온난화와 함께 폭염 및 열대야 현상은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해 한반도 폭염 일수는 22.4일로 가장 더웠던 1994년 여름의 29.7일 이후 가장 많았다. 1994년을 제외하면 폭염과 열대야 일수가 가장 많았던 해는 모두 2010년 이후다. 원인은 복합적이다. 전문가들은 한반도의 여름을 걱정한다.

 

1998년 이후 지구 온난화는 주춤하는 양상을 보였다. 2000년대 초반에도 이 같은 현상이 이어졌다. 지구 온난화 회의론자들은 이를 두고 "지구 온난화는 과장된 이론"이라며 역공을 펼치기도 했다. 유엔 산하 국제협력기구인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패널(IPCC)'은 결국 2013년 발간한 제5차 보고서에서 "1998년 이후 지구 평균 기온 상승폭이 크게 둔해지는 이상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적시했다.

 

학계에서는 이를 '지구 온난화 휴지기(Global Warming Hiatus)'라 부른다. 하지만 2015년 미국 국립해양대기청(NOAA) 연구진이 학술지 '사이언스'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해양 온도 변화에 대한 오류를 수정한 결과 2000~2014년 지구 기온은 0.116도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명인 울산과학기술원(UNIST) 폭염연구센터장은 "지구의 뜨거워진 열을 해양이 흡수하면서 잠시 휴지기가 이어진 2010년대 이후 지구 온난화는 오히려 가속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를 뒷받침하듯 뜨거워진 지구가 인류를 괴롭혔다. 2013년 1월 호주에 기록적인 폭염이 발생하면서 호주 전역에서 산불이 발생했고 남반구의 겨울에 해당하는 7~8월의 날씨는 봄과 같았다. 2015년 5~6월 인도와 파키스탄에서 발생한 폭염으로 약 4000명이 목숨을 잃기도 했다. 지난해와 올해 미국과 중국 등지에서 이례적인 폭염이 발생하기도 했다. 폭염은 남반구와 북반구를 가리지 않는 전 지구적인 현상이 됐다.

 

한반도의 여름을 걱정해야 하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먼저 해수면 온도다. 2017년 7월 현재 한반도 인근의 해수면 온도는 폭염이 극심했던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높다. 바다에 축적된 열은 서서히 대기 중으로 빠져나가 공기를 데운다. 한반도 인근 바다뿐 아니라 지구를 덮고 있는 모든 해수가 비슷한 상황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뜨거운 공기가 이동하면 대륙은 더욱 뜨거워진다.

 

이 센터장은 "전 지구적으로 이번 여름철 해수면 온도 예측이 평년보다 높아 여름철 기온을 상승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남중국 해역에서의 기상 변화도 한반도 폭염에 영향을 미친다. 뜨거워진 적도의 공기는 하늘 높이 상승한다. 하늘을 메운 수증기는 비가 되어 떨어진다. 남중국해에서 '상승 기류'가 형성되면 한반도 지역에서는 위로 올라간 공기가 아래로 내려가는 하강 기류가 형성된다. 대기가 하강하면 구름이 없고 맑은 날씨가 이어진다. 한여름 열대지역에서 이 같은 대류현상이 지속되면 한반도는 계속 달궈진다.

 

이 센터장은 "1994년, 2013년 한반도 폭염은 이처럼 남중국해에서 발생한 상승 기류가 영향을 미쳤다"며 "이를 '원격상관 패턴'이라고 부른다"고 말했다.

 

거대한 땅덩어리, 중국의 상황도 녹록지만은 않다. 지구 온난화로 겨울철 내린 눈이 빨리 녹으면서 4~5월까지 땅을 적셔야 하는 물이 빠르게 증발해 버렸다. 대륙이 빠르게 건조됐고 여기서 만들어진 뜨거운 공기는 하늘을 가득 채운다. 이때 '제트기류'가 약화된다. 1년 내내 서쪽에서 동쪽으로 부는 강한 바람인 제트기류는 북극이 차갑고 열대지역이 따뜻할수록 강해진다. 하지만 지구 온난화로 고위도의 기온이 상승하면서 제트기류가 약해지기 시작했다.

 

이 센터장은 "제트기류로 인해 대기가 이동하면서 날씨 변화가 생긴다"며 "약화된 제트기류는 날씨의 정체 현상을 일으킨다"고 말했다. 기압계의 이동이 멈추는 '블로킹' 현상이 발생하고 고기압이 머무는 내내 한반도의 기온은 뜨거워진다. 지구가 동맥경화에 걸린 셈이다.

 

이 센터장은 "지난해 여름 폭염의 경우 유라시아 대륙의 지면이 건조해지면서 발생한 블로킹이 한반도 폭염에 영향을 미쳤다"며 "올해도 봄철부터 유라시아 대륙의 지면 수분이 감소해 한반도의 여름철 폭염을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제트기류의 약화는 북극 해빙과도 연관 있다. 2014년 중국과학원 연구진이 학술지 '네이처 기후변화'에 게재한 논문에 따르면 예상보다 빨리 사라진 북극 빙하로 지표면의 온도가 뜨거워지면서 제트기류를 약화시키고, 이는 중위도 지역에 더 많은 폭염을 야기할 수 있다. 올해 해빙 역시 역대 최저치로 중위도에 위치한 한반도에 폭염 가능성이 높다.

 

2015년 '사이언스'에 실린 독일 포츠담기후영양연구소의 논문도 이를 뒷받침한다. 당시 연구진은 "빙하 면적이 줄면서 드러난 바다와 육지가 태양빛을 흡수하고, 이때 달궈진 바다와 육지는 열을 대기 중으로 방출한다"며 "이로 인해 제트기류가 약해지면 6~8월 발생하는 이동성 고·저기압의 활동성이 떨어지고 대기 흐름이 약화된다. 결국 바다에 있는 수증기가 대륙으로 전달되지 못하면서 중위도 지역에 폭염이 찾아온다"고 말했다. 2003년 서유럽 폭염과 2010년 러시아 대가뭄 역시 제트기류 감소가 원인이었다.

 

연구진은 "21세기에는 이 같은 현상이 강화될 것"이라며 "폭염과 가뭄은 시작에 불과하다"고 경고했다.

 

이 센터장은 "1973년부터 2014년까지 한반도의 폭염 빈도를 분석한 결과, 장기적으로는 상승 추세에 있지만 연별 변동이 크고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다"면서도 "다만 한반도 폭염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요인을 고려했을 때, 올여름 더울 가능성이 상당히 높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 AI·인공위성 활용 한반도 '폭염 지도' 정확도 높인다
빌딩 숲·주택가 차이 반영…농촌에선 100m단위 예보

 

"삐이 삐이 삐이."

 

긴급재난문자가 울린다. 폭염주의보 발령이다. 국민안전처는 기상청 자료를 토대로 이틀 이상 하루 최고기온이 33도 이상으로 예상되면 폭염주의보를, 35도 이상이면 폭염경보를 발령하고 있다.

 

수치모델과 슈퍼컴퓨터를 이용해 하루 최고·최저기온을 예측하고 있지만 이 모델만으로는 이상기후인 폭염을 정확하게 예측하는 게 쉽지 않았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달 말 울산과학기술원(UNIST)에 국내 첫 폭염연구센터가 설립됐다. UNIST와 경북대, 광주과학기술원(GIST), 전남대, 부경대 등이 공동 연구하게 될 폭염연구센터는 향후 폭염의 단기와 중기 예측 정확도를 높이는 작업에 들어간다.

 

폭염연구센터는 먼저 '인공지능'을 활용해 한반도 폭염 지도를 보다 상세하게 만들겠다는 방침이다. 현재 폭염 예측에 활용되는 수치모델은 약 1.5㎞를 하나의 '점'으로 표현해 기온을 예측하는데, 점 안에 도시 내부의 상세한 열환경 분포 특성은 고려되지 않았다.

 

폭염연구센터는 이와 함께 인공위성으로 찍은 한반도의 상세 지형, 지면 정보, 건물 정보 등을 종합한 뒤 인공지능을 이용해 고해상도 폭염예보모델을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기술로는 서울 같은 지역을 작게 세분화한 예보가 어렵지만 이 기술이 완료되면 같은 서울 지역이라 하더라도 빌딩이 많은 지역과 주택이 많은 지역의 세세한 차이는 물론 날씨 예측이 중요한 농촌에도 보다 상세한 폭염 예보가 100m 단위로 가능해질 전망이다. 이를 위해 단기 예측 분야에서 민기홍 경북대 교수와 차동현 UNIST 교수가 수치모델링 고도화 기술 개발에 나서고 여기에 김재진 부경대 교수는 초고해상도 모델을, 임정호 UNIST 교수는 인공지능을 결합한다. 이명인 UNIST 교수(폭염연구센터장)는 전 지구적인 순환 역학과 대기, 해양 등 요소를 고려한 중기 예측에, 윤진호 GIST 교수와 정지훈 전남대 교수는 한반도 폭염의 장기 변동성과 기후변화 진단 기술 개발을 시작한다.

 

이명인 교수는 "지난해에도 폭염이 끝날 것이라고 예측했는데 실제로는 3주 이상 지속되는 긴 폭염이 발생했다"며 "과거 자료는 물론 지리정보체계(GIS)와 고해상도 인공위성 사진을 이용해 폭염을 예측하는 기술을 개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최근 한반도 폭염은 동아시아 대륙에 걸쳐 넓고 강한 형태로 발생하는 경향이 있으나 생성과 유지, 소멸에 대한 학술적 이해는 부족한 상황"이라며 "기후변화, 대기 블로킹, 북극 해빙 등 전 지구적 요소는 물론 녹지 감소, 고층 빌딩 증가 등 지역적 요소까지 고려해 폭염의 원인을 밝혀낼 것"이라고 덧붙였다.

 

[원호섭 기자]

 

원문 보기 : http://v.media.daum.net/v/20170707154606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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