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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열대야 예측 이명인 폭염연구센터장 “낮 12~5시엔 야외활동 줄이고, 되도록 헐렁한 옷 입으세요”

지난 6월 28일 울산과학기술원(UNIST)은 국내 최초로 폭염연구센터를 열었다. 기상청이 지원하는 폭염연구센터는 폭염 발생의 원리를 밝히고 예보 원천기술 및 전문 인력을 확보하기 위해 설립됐다. 이명인 폭염연구센터장(울산과학기술원 도시환경공학부 교수)을 만나 우리나라 폭염 연구의 현주소와 센터의 역할에 대해 들어봤다.

국내에 폭염과 열대야를 정확히 예측하기 위한 폭염연구센터가 개소했다. 이 센터는 정부에서 매년 5억 원씩 9년간 총 45억 원의 연구비를 지원받는다. 폭염 연구에는 울산과학기술원을 비롯해 경북대, 광주과학기술원(GIST), 전남대, 부경대 연구진이 참여한다. 현재 활용되고 있는 기상청의 수치예보 모델로는 폭염 같은 특이 기상의 예측이 3일 정도에 불과하고 장기 예보는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폭염연구센터가 기상재해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기술을 개발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일 최고기온 33℃ 이상이면 ‘폭염’

“지난해 우리나라는 5월에 고온현상과 가뭄이 지속되더니 8월에는 3주 이상 매일같이 폭염이 발생했습니다. 1994년 다음으로 역대 2위에 해당하는 기록입니다. 같은 기간 전 지구의 평균기온은 지난 140여 년간 관측사상 가장 기온이 높았던 해로 기록될 정도로 폭염은 전 세계적인 기상재해입니다.”

이명인 폭염연구센터장은 폭염이 단순한 무더위가 아니라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상재해라고 설명했다. 이 센터장의 말처럼 환경부가 발간한 〈2017 환경백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기온은 21세기 후반(2071~2100년)에 들어서면 지금보다 무려 5.3℃나 상승할 것이라고 한다. 비슷한 기간 세계 평균기온이 3.7℃ 상승하는 것에 비하면 월등히 높은 수치다. 실제 우리나라는 아열대 기후를 향해 빠르게 달려가고 있다.

폭염으로 몸살을 앓는 건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다. 지난 6월 20일 미국 애리조나 주 피닉스 스카이하버 공항에서는 이상 고온으로 40편 이상의 항공기 운항이 무더기로 취소됐다. 이날 피닉스의 기온은 47.8℃에 달했다. 기온이 높아지면 비행기가 이륙할 때 밑을 떠받치는 공기 밀집도가 정상 기온일 때보다 엷어져 비행기 이륙에 필요한 양력이 충분히 발생하지 못한다. 폭염의 기준은 국가별로 조금씩 다르지만 우리나라는 일 최고기온 33℃ 이상일 때 폭염이다. 기상청은 33℃ 넘는 날이 이틀 이상 지속될 것으로 예상하면 폭염주의보를, 35℃를 넘는 날이 이틀 이상 지속될 것으로 예상하면 폭염경보를 각각 발령하고 있다.

폭염이 발생하는 구체적인 이유는 무엇일까? 이 센터장은 “지구온난화가 가장 큰 요인이지만 폭염은 여러 가지 복합적인 원인에 의해 발생한다”면서 “북극 해빙의 감소와 대륙의 가뭄 심화, 제트류의 약화 등에 의한 전 지구적 대기 정체현상 증가 때문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우리나라는 도시와 농촌 간의 폭염 일수 편차가 심한 편이다. 그는 “한반도의 폭염은 지역별로도 편차가 큰데, 이는 도시화에 의한 인공 피복의 증가, 녹지 감소, 고층 빌딩 증가 등의 국지적 원인이 차지하는 부분도 크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는 장마가 종료되는 7월 중순 이후부터 8월 말까지 폭염 발생이 집중된다.

폭염은 인명 피해를 유발하는 심각한 자연재해다.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기상재해 가운데 사망자가 가장 많았던 재해가 바로 폭염이다. 1994년 폭염으로 무려 3384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온열질환은 열 때문에 발생하는 급성질환으로 뜨거운 환경에 장시간 노출됐을 때 두통, 어지럼, 근육경련, 피로감, 의식 저하가 나타난다. 일사병과 열사병이 대표적인 예이며, 이를 방치하면 생명이 위태로울 수 있다.

질병관리본부는 지난 5년간(2012~2016)의 온열질환을 분석한 결과 총 5910명의 환자와 58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특히 7월은 온열질환이 급증하는 시기라 주의가 필요하다. 폭염주의보·경보 등이 발령되면 되도록 위험 시간인 12~17시에는 활동을 줄이고, 활동이 불가피한 경우엔 챙 넓은 모자, 밝고 헐렁한 옷 등을 착용하면 온열질환 예방에 도움이 된다. 이 센터장은 “폭염 시에는 갈증이 느껴지기 전에 미리 규칙적으로 수분을 섭취하고, 어지럼과 두통, 메스꺼움 등 초기 증상이 나타나면 즉시 작업을 중단하고 시원한 곳으로 이동한 후 의료기관을 방문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폭염은 인명 피해 유발하는 심각한 자연재해

인명 피해와 함께 폭염은 광범위한 영향을 준다. 식중독, 전염병, 상수원 녹조, 가축 및 어패류 폐사, 가뭄, 전력 수급 피해 등이 대표적이다. 폭염이 증가할수록 여름철 냉방기 사용에 따른 전력 사용 급증 등의 문제도 골칫거리다.

우리나라 폭염 연구의 현주소에 대해 이 센터장은 “폭염 발생 이틀 전까지는 어느 정도 예측이 되지만 3일을 넘어서는 중기예보의 경우 폭염의 발생과 소멸에 대한 예측 성능이 매우 낮은 실정”이라면서 “아직은 기상청의 폭염예보나 경보가 대부분 폭염 발생 당일에 발령돼 이에 대한 대비나 의사결정이 빨리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일 최고기온 예보는 슈퍼컴퓨터를 이용한 수치예보를 사용한다. 우리나라의 폭염예보는 3일 이내는 신뢰할 만하지만 3일 이상의 중기예보는 아직 어려운 상황이다. 2016년 7∼8월 예보 사례를 보면 3∼10일 선행 발표한 중기예보는 폭염의 이른 종료를 예측했지만 크게 빗나갔다. 예보 기술이 발달한 일본도 1주일 이전에 발표하는 중기예보의 정확도는 68% 정도다.

이에 폭염연구센터는 중기예보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한 원천기술 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다. 기후변화에 따른 대기 정체현상의 이해, 국지적 도시화의 영향 등에 대한 연구를 바탕으로 기후변화 요소를 적용하는 기술을 개발해 슈퍼컴퓨터 날씨 예측 프로그램에 적용할 계획이다. 아직까지 정확도 높은 폭염예보 체계를 갖춘 나라는 없을 정도로 폭염은 예측하기가 어렵다. 미국에서도 폭염으로 인한 연간 사망자가 한파에 이어 두 번째일 만큼 심각한 자연재해다. 미국은 1주일 이상 열지수 예보, 일본은 향후 2주까지 고온기상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이러한 선진국들은 폭염의 조기 대응을 위해 3일 이상의 중기예보를 실시간으로 제공하고 있다.

이 센터장은 “폭염연구센터가 주력하는 연구는 기상청이 운영하고 있는 날씨 예측체계를 기반으로 폭염이라는 특이 기상까지도 잘 맞힐 수 있도록 개량하고 발전시키는 것이 목표”라면서 “세계 최고 수준의 예보 기술을 갖추기 위해 인력 배양에도 힘쓸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폭염예보는 전문 인력을 바탕으로 차별적인 예보 기술 접근이 필요하다. 3일 이내의 단기 예측은 수치예측 모델의 초기화 및 앙상블 예보가 중요하다. 이 연구는 경북대 민기홍 교수와 UNIST 차동현 교수가 주도한다. 짧게는 3일, 길게는 2주 전부터 폭염 발생을 예측하는 중기예보 기술의 개발은 이 센터장이 담당한다. 폭염의 장기 변동성 진단 및 미래 변화의 연구는 GIST 윤진호 교수와 전남대 정지훈 교수가 진행한다. 부경대 김재진 교수는 고해상도 도시 규모 폭염예측 모델 개발, UNIST 임정호 교수는 인공지능 예보 기술을 맡았다. 폭염 연구를 위해 국내에서 내로라하는 기상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댄 것이다. 이 센터장은 9년간의 장기 연구개발 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 국민이 체감할 수 있을 정도의 정확한 폭염예보를 하는 것이 목표다.

“기후변화와 자연재해를 연구하는 기관은 많지만 폭염만 전문으로 예보 기술에 도전하는 곳은 폭염연구센터가 세계 최초라고 알고 있습니다. 폭염예보의 정확도를 높여 폭염 피해를 미연에 방지하고, 예보 전문 인력을 배출해 국제 과학기술을 선도해나가겠습니다.”

폭염 대비 국민 행동 요령

꼭 지켜주세요! - 낮 12시~5시까지의 가장 더운 시간대에는 외출을 자제하세요. - 시원한 장소에서 휴식을 취하세요. - 갈증을 느끼지 않아도 규칙적으로 스포츠음료나 과일 주스를 마셔 수분을 유지해주세요. - 커튼이나 천을 이용하여 집 안으로 들어오는 햇빛을 최대한 차단하세요. - 시원한 물로 목욕 또는 샤워를 하고, 하루 동안 여러 번 시원한 물을 얼굴과 목 뒷부분에 뿌려주세요. - 평상시대로 음식을 섭취하되, 시원한 음식 특히 수분을 함유하고 있는 과일이나 샐러드같이 소화하기 쉬운 음식을 섭취하세요. - 헐렁하고 밝은 색깔의 면 옷을 입으세요. - 독거노인, 아픈 사람 또는 폭염으로 인해 주변에 도움을 필요로 하는 연약한 사람들을 체크하여 도움을 주세요. - 폭염 관련 건강영향 및 응급처치 방법을 알고 있어야 합니다.

이것만은 피해주세요! - 낮 12시~5시 사이에는 야외활동 및 작업을 자제하세요. - 가스레인지나 오븐의 사용은 집 안의 온도를 높일 수 있으므로 자제하세요. - 카페인이나 알코올이 들어 있는 음료는 마시지 마세요. - 뜨겁고 소화하기 힘든 음식은 피하세요. - 어둡고 두껍고 달라붙는 옷은 입지 마세요. - 오랜 시간 동안 창문이 닫힌 차 안에 아이들과 애완동물을 방치해두지 마세요. - 창문과 문이 닫힌 상태에서 선풍기를 틀지 마세요.

자료 l 질병관리본부

김태형 | 위클리 공감 기자

원문 보기 : http://www.korea.kr/gonggam/newsView.do?newsId=01IujMHowDGJM000&sectId=gg_sec_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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