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잡는 더위, 더 정확히 예측… 오보 막겠습니다”
이명인 초대 폭염연구센터장 “글로벌 기후변화 등 모든 변수 고려… 국민이 체감하는 폭염 예측 목표”
정확한 폭염 예측을 위해 문을 연 폭염연구센터의 이명인 초대 센터장. UNIST 제공
더위는 한풀 꺾였지만 숙제는 한 무더기 남았다. 집중호우와 폭염은 끈질기게 기상청을 괴롭혔다. 더 이상 ‘옛날식’ 장마와 더위 기록에 의존할 수 없게 됐다. 기상청이 6월 말 문을 연 폭염연구센터는 이런 ‘사람 잡는 여름’을 좀 더 정확하게 분석하고 예측해보자는 취지로 만들어졌다. 그 중심에 이명인 초대 센터장(울산과학기술원·UNIST 도시환경공학부 교수·47)이 있다. “최근 30년 사이 고온 데이터를 살펴보면 확실히 여름이 길어지는 현상이 나타납니다. 6월 초순부터 폭염이 나타나거나 계절상 여름으로 치지 않는 9월에도 폭염이 나타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거든요.” 최근 싱가포르 학회 출장에서 돌아오자마자 동아일보 기자를 만난 이 센터장은 “폭염은 해가 갈수록 더욱 심각한 재앙이 되고 있는데 예측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왜 어려울까. 봐야 할 것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이 센터장은 “단순히 우리나라의 기상 정보뿐만 아니라 전 지구적 기후변화 형태와 유라시아의 토양 형태와 습기, 북극 해빙, 북태평양 해수면 온도 등 지구의 모든 것을 봐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 모든 것을 한 사람이나 연구기관 한곳에서 다 고려하기는 어렵다”면서 “이 때문에 UNIST 외에도 경북대 광주과학기술원 부경대 전남대 등과 함께 주력 분야를 나눠 연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 외에 일본 미국 기상청이나 미국항공우주국(NASA)과도 협력을 준비하고 있다. 폭염연구센터의 궁극적인 목표는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폭염 예측’이다. 같은 상황이라도 도시와 농촌의 기온이 다르고 도시에도 가로수가 많은 도로와 없는 도로는 한낮 온도에서 큰 차이가 난다는 것이 이 센터장의 설명이다. 그는 이 같은 요소를 모두 고려해 야외 근로자와 보행자들이 실질적으로 참조할 수 있는 수준의 상세한 폭염 예측을 목표로 준비하고 있다. 서울대 대기과학과를 졸업하고 기후변화 예측을 주로 연구하던 이 센터장은 2003년 유럽 대륙을 덮친 폭염을 계기로 폭염 연구에도 관심을 갖게 됐다. 본격적으로 폭염 연구를 시작한 이후 한낮 땡볕에 열화상 카메라를 들고 무더위 속으로 뛰어드는 일이 잦아졌다. 그는 “연구실은 24시간 돌아가는 슈퍼컴퓨터를 보호하기 위해 추울 정도로 에어컨이 돌아간다”면서도 “더위 연구자가 더위를 체감하지 못하면 실감이 안 나기 때문에 일부러 밖으로 나가서 땀을 흘려볼 때도 있다”며 웃었다. 앞으로 가야 할 길이 쉽지 않다는 것은 이 센터장도 잘 알고 있다. 기상 예보는 맞히면 본전, 틀리면 욕을 바가지로 얻어먹는 일이다. 일선 기상청 예보관들은 이런 스트레스 때문에 두통이나 치통을 달고 사는 일도 흔하다. 하지만 이 센터장은 “부담이 되는 관심이지만 응원이라고 생각하고 일하겠다”고 말했다. “알아보니 전 세계적으로 ‘폭염’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곳은 없더군요. 폭염을 주제로 장기간 연구하는 건 우리나라가 처음이라는 뜻입니다. 위성 같은 인프라도 넉넉지 않고 시간도 걸리겠지만 가시적인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열심히 해볼 계획입니다. 책임감을 가지고 일하는 사람이 많다는 사실도 기억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 원문보기: http://news.donga.com/3/all/20170816/85838242/1#csidx2cd349da77db7668c8b8cd418537af5